[Editorials][TABLE & LIFE] 삶의 리듬을 설계하는 건축가 | 맬리네 흐비트 Malene Hvidt



Edition Denmark Original Interview Series

TABLE & LIFE

덴마크의 식탁은 단순히 식사하는 공간을 넘어 일과 쉼, 가정과 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삶의 중심이자 관계의 시작점입니다. 에디션덴마크는 덴마크의 식탁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인터뷰 시리즈 ‘TABLE & LIFE’를 통해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일상의 순간, 자연과 계절을 담아낸 식탁의 풍경을 통해 함께하는 가치를 되새깁니다. 삶의 본질에 집중하며 조화를 추구하는 덴마크식 행복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 보세요.





Interview with

맬리네 흐비트 Malene Hvidt  |  건축가 Architect

“어떻게 더 사람 중심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Spacon & X’의 대표이자 건축가, 맬레네 흐비트는 늘 질문을 품습니다. 사람과 공간, 일상과 환경의 연결을 고민하며 따뜻하고 감각적인 공간의 해답을 찾아갑니다. 그녀가 설계한 공간은 삶의 리듬과 취향, 머무는 이의 태도까지 세심하게 담아내려는 시도입니다.



“Spacon & X는 전통적인 위계보다 유기적인 흐름을 지향합니다. 

우리는 이걸 두고 ‘잎사귀처럼 퍼지는 조직’이라고 말해요”

 

━ Spacon & X의 설립 배경과 함께 건축가로서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건축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할아버지 피터 흐비트, 아버지 헨릭 흐비트 모두 건축가였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도면과 목재, 모형이 일상에 있었고 집은 저게 늘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다 건축 외의 영역에도 관심이 생겨 패션 디자인 팀에서 7년간 일했어요. 이 경험은 재료에 대한 감각, 색과 질감, 리듬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줬고 지금 Spacon & X에서 공간을 다룰 때도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됐습니다. Spacon & X는 기존의 건축 스튜디오와는 다른 방향을 상상하며 시작한 곳입니다. 건축가, 제품 디자이너, 목수, 엔지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뮤지션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합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공동  창업자와 구성원이 함께하면서 훨씬 더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졌고요. 결과물뿐만 아니라 일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까지 우리가 진짜 원하던 방식으로 구성된 스튜디오를 만들고자 했죠. 



━ 좀 더 자세히 들려준다면요?

Spacon & X는 전통적인 위계보다 유기적인 흐름을 지향합니다. 우리는 이걸 두고 ‘잎사귀처럼 퍼지는 조직’이라고 말해요. 덕분에 프로젝트마다 다층적인 관점이 오가고,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지 않게 되죠. 매주 월요일은 각자가 흥미를 느낀 주제를 발표하는 시간이고 매달 ‘X-Day’를 통해 외부의 자극을 자유롭게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팀 전체가 배우고 교류하며 성장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됩니다. 또 모든 구성원이 같은 테이블에 앉고, 같은 무게로 의견을 나눕니다. 가장 적절한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구조죠. 가령 디자이너가 제안한 콘셉트가 목수의 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거나, 건축가가 설계한 구조물이 뮤지션의 사운드적 감각을 입혀 다채로운 공간으로 바뀌기도 해요. 창의성은 서로 다른 언어가 교차할 때 더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Spacon & X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기능성과 미학, 그리고 제작 방식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손으로 재료를 다루는 감각, 만들기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디자인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목재를 직접 다듬거나 식물성 재료로 염색해 보는 등의 과정을 팀 내에서 자주 진행합니다. 디자인은 책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끝과 눈, 재료와의 긴 대화 속에서 다듬어지는 것이니까요.



━ 다양한 프로젝트의 각기 다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지키고자 하는 스튜디오의 철학이 있다면요?

공간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교류하고, 연결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 기능만을 채우는 것을 넘어 그 공간만의 고유한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덴마크 디자인센터, 노마, 공공기관, 전시회까지 각기 다른 유형의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방향성은 늘 명확했습니다.


━ 밀도 있는 작업을 가능케 한 조직 문화의 힘도 크다고 느껴집니다. 

우리는 집중 근무 시간을 9시부터 5시까지로 정했어요. 그 이후엔 가족이나 자신만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걸 존중하죠. 이러한 리듬이 집중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업무 외에도 서로 자주 교류합니다. 단순히 효율적인 조직이 아니라, 사람 중심적인 환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일과 삶이 대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 

그게 제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기도 해요.”


━ 아버지도 건축가셨다고요. 프로젝트가 바쁠 때면 현장 근무도 많았을 텐데, 유년 시절 가정의 모습은 어땠어요?

이따금씩 어린이집에 저를 늦게 데리러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정말 가족을 소중히 여기셨어요. 우리는 거의 매일 저녁을 함께했을 정도로요. 또 아버지는 학교도 데려다 주고, 도시락도 챙겨줄 정도로 집과 가족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왔어요. 유년 시절에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고 넘치게 우리를 사랑해줬죠. 어쩌면 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그리고 아버지는 그걸 정말 잘 해내셨어요.



━ 일과 가정의 균형도 중요하게 여기시는 듯해요. 가족과의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요?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입니다. 매일 저녁 함께 식사하며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파트너인 니콜라이와도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아들은 종종 스튜디오에 들러 디자인을 체험하고,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이 제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기도 해요. 주중에는 일을 마친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저희는 코펜하겐 중심에 살고 있어서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도 많아요. 평일 저녁엔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 편이지만, 여름에는 야외에서 친구들과 만나거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자주 가집니다. 덴마크에서는 아이와 함께 식당에 가는 문화도 익숙해서 가족 외출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Spacon & X의 앞으로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지난 약 10년간 우리의 문화를 단단히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문화를 더 넓게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새로운 시장에서도 디자인 언어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에디션덴마크의 오리지널 인터뷰 시리즈 ‘TABLE & LIFE’는 먹고 사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식탁을 풍요롭게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일과 쉼, 그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엿보며 다양한 삶의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첫 인터뷰이로 선정한 ‘미켈 칼스타드 Mikkel Karstad’와 ‘맬리네 흐비트 Malene Hvidt’의 이야기는 김종관 영화감독과 함께 만든 인터뷰 영상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 에디션덴마크 브랜드팀(콘텐츠 마케터 김세음)

사진 | 에디션덴마크 이지은 대표, 김종관

인터뷰어 | 에디션덴마크 이지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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